최근 몇 일 사이에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개정안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빚투와 영끌을 공적자금으로 살려주는 것은 성실 상환자의 도덕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남겨본다.
※ 개인적으로 필자는 40대이다. 어제 슈카월드를 보면서 채팅창에 40~50대가 꿀빤다고 하던데 웃기는 소리다. 88만원 세대가 우리다. 내가 아이템을 붙들고 살려고 발버둥치던 30대 초반에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당시 청년의 기준은 29세였다. 40대가 되니 청년 정책이 나오는데 34세 기준이더라. 꿀빤다고? 현재 40대 초반은 15년 동안 거의 모든 정책에서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사실,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글을 적으면 빚투와 영끌로 인해서 큰 손해가 예정된 청년 세대를 공적 자금으로 구제하는 것은 정의와 공정에 어긋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화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정의와 공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책은 시스템을 원활하게 돌리기 위한 윤활유의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신속채무조정 제도의 특례 조항을 신설하여 청년 세대의 숨통을 틔워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럼 이번에 개정된 내용은 정확하게 어떤 것일까?
▲ 기존의 제도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개정안이다. 9월 하순부터 시행된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다.
▲ 빚투, 영끌에 대해서 구제하는 안이 전부였다고 생각되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만 34세 이하의 청년, 신용평점 하위 20%를 대상으로 1년간만 운영된다. 즉, 자신의 채무 상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청년들에게 이자 감면 및 상환 유예, 유예 기간 중 3.25%의 이자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주요 내용이다.
한마디로 자산이 없는데 채무만 많고 상환 가능성이 희박한 청년들에게 3년간의 시간을 주는 것 뿐이다.
이 부분을 사람들이 불공정이라며 분노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왜냐하면 저 사람들이 결국 상환 능력을 상실해서 연체가 생기고 그 부담이 오롯이 금융 기관의 손실로 넘어가면 그 손해는 결국 다른 사람들의 돈으로 메꿔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앞으로 40년 이상 세금을 내고, 소비를 할 청년 세대가 빚에 발목을 잡히면서 내수 시장의 활력이 크게 떨어져 경기 침체가 개선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되면 결국 사회적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일반 국민들이 실제로 부담할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미 납부한 세금으로 처리하는 청년 구제 정책으로 이 상황이 해결되기를 기대하는것이 더 낫다.
여기서 내가 적은 글을 잘 살펴봐라.
이번 정책이 청년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일까? 그럴리가 없다. 이 땅의 역사에서 국민을 보호할 목적만으로 정책이 실행된 적은 없다. 구제 대상의 자격요건만 보더라도 금융 기관에서 떼일 돈을 떼이기 전에 막아주는 역할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 개선의 여지가 없는데 청년 세대가 무너지면 미래도 없기 때문에 그들의 붕괴를 막아 사회가 가진 잠재력을 지키려는 목적이 더 크다.
결국, IMF 같이 의도적으로 약탈을 당하는 상황이 아닌데 그때보다 더 심각한 세대 붕괴를 격지 않으려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1998년과 2022년은 이미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손 놓고 무너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어쨌든 내 경우에는 빚투나 영끌로 망한게 아니라서 해당 사항이 없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공정이 무너졌다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세력이 있는것 같아서 적어본다.
* 시행 목적이야 금융이 짊어질 부실 채권을 정부 자금으로 받아주고, 시장의 소비력을 지키기 위해서지만 제도의 집행만 투명하게 된다는 전제하에 이번 정부의 선택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사족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이 권력과 연계되어 돈벌이를 하는 것은 인류의 전체 역사에서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경선에서 윤이 홍을 이겼을때 다들 알고 있었잖은가? 그 순간에 이미 결과는 확정됐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이 있나? 흔들려서 떨어질 일이 없는데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하지 말자.
*사람의 숫자는 시장의 크기를 결정하고 그들의 생활 수준은 소비력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것이 기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근간이 된다.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청년 세대 몇 만명이 빚에 발목이 잡혀 인생이 박살나면 그 생태계에 좋을게 없다. 그리고 그 상황을 감당해야되는건 일반 국민들이다. 그 부담을 미리 줄여보고자 하는 정책이니 너무 탓하지는 말자.
다만, 이 모든 이야기의 전제조건은 저렇게 배정된 정책 자금이 제대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행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나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아직 꽃도 피우지 않은 청년 세대들은 다 도움을 받아 인생을 회복하길 바랄 뿐이다. 난 그저 때 되면 사라지면 될 뿐.
※ 이 정책이 나오자 금융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 왜? 받을 돈 못 받아서 악재라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못 받을 돈인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수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라는걸 알았거든. 악성 채무자로 넘어가기 전에 갚을 기회를 주는건 오히려 금융주에게 호재라고 볼 수 있다. (이게 이 정책의 진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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