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잡담

4월은 자연인 생활 중 (feat. 생존신고)

by 니플 2022. 4. 19.

4월도 어느덧 중순이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매년 이맘때 집의 일을 도와드리다보니 의도치않게 자연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인터넷도 안되는 섬에 있다가 저녁때에 도시로 돌아왔답니다. 예상컨데 올해까지만 이렇게 될 것 같고 내년부터는 중간에 긴 시간을 자리비우는 일은 없을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4월에 약 10일 정도 문명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이번달은 뭔가를 하기보다 지키기 위한 행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는 다시 원래 하던대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해야겠지요. 4월은 5월부터 시작될 일의 홍수를 대비하는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주에 다시 자리를 비울 예정이라 무엇인가를 하기에 애매한 시간이 주어진 상태인데요. 제가 일하러 가는 곳을 잠깐 소개합니다.

 

▲ 축구장보다 작은 섬 마을입니다. 제가 태어난 고향이고 아직도 생계형 맨손 어업을 하는 어른들이 살고 계시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어릴때는 아이들이 좀 있어서 학교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60대부터 80대까지 어른들만 거주하는 곳이랍니다. 가끔 자녀들이 집안 일을 도와드리려고 주말을 끼고 들어오는게 젊은 사람들이 나타나는 시기랍니다. 자식들이 잘 살아도, 본인들 재산이 많아도 하던 일은 죽을때까지 해야된다며 고집을 피우는 분들이 많은 곳이지요.

 

어쨌든 저도 부모님의 아들이므로 매년 봄이면 시간을 내서 섬에 들어가 집안 일을 돕는답니다.

 

※ 다른 집 자식들은 일도 잘해서 부모님 대신 다 하는데 저는 일 머리가 없어서 아버지 보조 역할만 하고 있답니다. 남들은 웃을지 몰라도 제가 하나라도 더 하면 도움이 되니 그거 보고 들어가서 도와드리고 있답니다.

 

▲ 몇 년 전에 시에서 놓아준 부장교가 멋지게 들어서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길이가 짧아서 실제로 부장교의 역할은 하지 못합니다. 추가로 더 놓아야되지만 바다의 폭도 고려해야되서 아직은 미완성 상태입니다. 부장교가 제 역할을 하려면 썰물때도 배를 띄워둘 수 있어야되는데 그 정도 길이는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물이 들어오면 나름 운치있는 공간이라서 여기서 흡연을 하고 있답니다.

 

* 봄이되면 남서풍이 강하게 불어서 집 근처에서는 흡연을 하면 안됩니다. 아무리 신경을 써도 혹시 담뱃재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흡연은 바다 한가운데서 합니다.

 

 이 곳은 인터넷이 안되지만 스마트폰에 노트북을 연결하면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해저 케이블로 연결한 랜선보다 모바일 핫스팟이 훨씬 더 빠르고 원활하지요. 덕분에 지금은 노트북과 충전기, 스마트폰을 챙겨서 섬으로 들어갑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진거죠.

 

슈퍼도 없고, 마트도 없고, 식당도 없습니다. 동네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맨손 어업 종사자로 거의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일을 해야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내에서 굴을 까거나 감태를 만들지요.

 

※ 제가 일하러 섬에 들어갈때도 어르신들 몇 분이 구경 삼아서 이웃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시더군요. 그런데 처음 가는 분들이라서 관광지로서의 섬을 기대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전혀 아닌데 아마 10분도 못 되서 실망하고 다음 여객선을 타고 육지로 나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 바닷가 일이라서 물이 들어오면 할 일이 없다보니 이번에 부모님과 꽃나무도 심었네요. 제 주변에 있으면 다 말라죽어서 꽃이나 식물, 반려동물 등을 키우지 않는데 신선했습니다. 나름 재미가 있어서 얼마전 꽃집에서 키워보라고 준 꽃을 분갈이해줬네요.

 

원래 분갈이 전 상태였고 제가 섬에 갔다오면 말라 죽을거라고 생각하고 집을 비웠었지요. 그런데 돌아와보니 꽃을 피운겁니다. 너무 기특해서 집 근처 다이소에서 분갈이용 흙 2종류와 큰 화분 하나를 사와서 다시 심어줬답니다.

 

* 꽃 피운 놈을 보니 왜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어쨌든 일하기 좋은 물때가 끝나서 잠시 도시로 나와있는 상태인데요. 일주일 정도 후에 다시 섬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덕분에 4월달은 일의 머리를 잡아두고, 스케쥴을 정리하고, 유지, 보수 정도만 하면서 다음달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쓰고 있답니다.

 

그러니 글이 너무 뜸해도 버렸구나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잘 살아 있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