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 한산 용의출현 후기를 남길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주변 지인들이 2022년에 개봉한 한국 작품 중에서 그래도 볼만한 편이라고 평을해서 기대를 했었는데요. 막상 보니 불편하고, 어지럽고, 말도 안되서 보는데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해상 전투신을 완벽하게 만들어줄 전반부가 튼튼했다면 좋은 소리를 많이 했을텐데요. 제가 이리 혹평을 하는 이유가 사실 전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개연성이 없다는데서 온 것입니다.
고증의 문제는 상업 영화의 특성상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앞, 뒤가 맞지않는 전개는 이해할 수 없네요. 임진왜란의 이순신 장군의 전투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한산도 대첩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했을때 그 불쾌감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 평점은 6점이며 이는 배우와 스태프의 고생을 너무 폄하하지 않기 위해서 준 것입니다.
* 작품을 보고 난 뒤에 평론가 평점을 봤는데 7점이더군요. 상업성이 극대화되고 그로 인해서 광고가 차고 넘치더라도 평론가의 시선은 중립을 지켜야되는데 그게 무너진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진짜 7점을 준거라면 동태 눈을 가진 사람들이 전문가랍시고 밥을 먹고 사는거고, 광고비를 받고 쓴 평가라면 이해는 합니다. 사람이니까.
그럼 작품내에 화면을 통해서 간단하게 할 이야기를 하고 제가 혹평을 하는 이유를 정리해보겠습니다.
▲ 영화 한산 용의출현 도입부에 나온 편지의 내용입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태합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낸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요약하면 자기가 부산으로 내려가서 이순신을 잡고 명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는 것입니다. 저걸 그대로 쓴 걸 보면 진짜 편지 내용으로 보이는데요. 시작을 이리 잘 했는데 전개가 어설퍼서 너무 아쉬웠네요.
▲ 작품의 도입부는 거북선의 약점에서 시작합니다. 충파를 했을때 왜선의 내부 구조물에 용두의 이빨이 끼면서 움직임이 봉쇄된다는 약점을 보여주는데요. 후반부 전개를 봤을때 이 또한 필요없는 설정이었습니다.
* 참고로 충파는 포를 쏴서 선체를 깨는 전략이지 선체 사이의 충돌로 배를 깨는 전략이 아닙니다. 진짜 영화 속 방식으로 충파를 한다면 1번의 전투 후 정비에 반년 이상 걸리게 될 것입니다. 수리 후에도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해서 군선이 일회용으로 전락하게되죠.
▲ 대조총이라는 이름으로 영화에 등장한 물건인데 솔직히 좀 웃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인가? 진짜 있었나? 그런데 진짜 있을 수 있나? 당시 일본은 포르투갈의 조총을 수입하다가 직접 제작하여 포르투갈로 역수출을 할 정도로 조총 제작에 일가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본토의 전쟁은 대조총이 필요가 없었고 한산도대첩은 임진왜란 초기이니 등장이 말이 안 되는거죠.
▲ 영화 한산 용의출현 후기를 적을때 꼭 넣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바로 캐릭터에 대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이순신조차 누를 정도로 캐릭터를 절제하고 스토리와 전개에 힘을 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그나마 눈에 띄는 캐릭터가 바로 와키자카 야스하루인데요. 전반부에 전략적이고 냉정한 이미지가 후반부에 완전히 사라지면서 한산도대첩의 승리만을 위해서 달리는 경주마로 그려졌습니다. 스토리 라인이 엉망이니 기본 구조 조차 지키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불멸의 이순신에서 견내량 해전 승리의 열쇠로 꼽혔던 선회를 통한 재장전 시간 감축은 이 작품에서 주요 주제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3차례의 함대함 결전을 통해서 이미 그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덕분에 초반 도입부에서는 기대감을 크게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감독이 생각한 색다른 열쇠를 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결론적으로 따라하기는 싫고, 머리는 나쁘고, 끈기도 없으니 대충 만들어서 개봉이나 한 꼴이 되었지만 이 장면이 나올때까지는 보기 좋았습니다.
▲ 학익진을 훈련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기가 차더군요. 이순신도, 와키자카도 전반부의 전개를 뒤집어 결과로 이을만한 한 방을 끝까지 보여주지 못했거든요.
* 이 훈련을 통해서 이순신은 선회를 통한 재장전 시간 단축이 왜선의 접근 속도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와키자카의 부대를 유인하는데 성공하고 그 뒤에 또 하나의 조건이 해결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와키자카를 이순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하는데 부분을 생략하면서 막장으로 치닫게 됩니다. 결과는 맞는데 과정이 없어서 영화로서의 가치가 0이 되었지요.
▲ 영화 한산 용의출현 후기의 주요 전투인 한산대첩(견내량해전)의 경우 와키자카, 가토, 구키가 소집되어 임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다룬 장면인데요.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구키는 당대 수군 최고 권위자였습니다. 영지로 보나 동원 가능한 병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와키자카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신뢰를 믿고 까불만한 상대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불러 놓고 출정일을 멋대로 정해서 배만 내놓고 꺼지라고 합니다. 말이 안되는거죠.
둘째, 구키와 가토에게 배만 놓고 꺼지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수군 최고 장수, 풍신수길의 오른팔 등으로 너무 크게 부풀려서 묘사한 덕에 대단한 장수라고 인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작 3만석의 영지를 가진 다이묘일 뿐입니다. 본토의 시즈가타케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워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칠본창 중 한 명으로 언급되지만 그 지위는 다른 사람들보다 아래에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자신의 영지에서 동원 가능한 병력은 1500명, 용인 전투에서 근왕군 5만을 쳐부순 1500명이 그의 전체 전력이었습니다. 그가 견내량 해전에서 끌고 간 배는 대중소선 합쳐서 73척, 한 척에 평균적으로 50명만 탔어도 약 4천명의 전투 병력이 필요합니다. 기록에서처럼 다른 다이묘에게 병력을 지원받는 것을 보여주지 않을거라면 배 뿐 아니라 병력도 흡수했어야 합니다.
▲ 임준영과 정보름, 캐릭터를 확 누른 작품이라 와키자카를 제외한 모든 출연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스토리와 짜임새, 연출이 받쳐줬다면 좋았을텐데 그것도 부족했습니다. 결국, 대충대충 만든 개밥이 되고 말았지요.
▲ 높은 평점과 좋은 평판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들을 동원해 바이럴마케팅을 진행한 것은 이해를 합니다. 그래도 좀 잘 쓰시지요. 학익진 구성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지략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대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할때도 저렇게 합니다. 뭐가 그렇게 대단해? 아휴.
▲ 영화 한산 용의출현 후기에서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백미로 말할 수 있는데요. 해상 전투 장면의 초입은 그럴듯 했습니다. 짙게 깔린 해무, 견내량 좌우에 매복한 와키자카의 부대, 견내량 깊숙한 곳에 진을 치고 이순신을 기다리는 일본군의 모습은 괜찮았습니다.
* 저도 직접 바다에서 해무를 겪어본 적이 있기에 저 상황이 이해도 됐습니다. 정말 10미터 앞도 안 보이거든요.
▲ 이 작품이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후반부의 해상 전투씬 때문입니다. 대사로도 나오죠? 유인책을 쓰고 학익진을 펼쳐서 포위섬멸전을 하겠다는 조선 수군의 계획을 다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서 와키자카가 전군을 이끌고 학익진을 펴는 조선 수군을 향해서 달려가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약점이지요.
* 설마 물 때가 왜군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견내량 입구로 조선 수군이 몰려간 것이 그 이유라고 하지는 않겠죠? 그렇다고 하기에는 사전 매복과 전진 직전까지의 움직임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 또한 이 작품은 지나치게 생략이 많습니다. 향도 어영담이 군선 3척을 이끌고 와키자카의 본진을 넒은 바다로 끌어내기 위해서 유인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왜군은 매복 병력 중 일부만 움직여서 대응을 하게되고 왜선과 조선 판옥선의 구조적인 차이를 이용해서 왜선의 움직임을 묶고 측면에서 포격을 가해서 침몰시키지요. 위 이미지는 그 부분을 담은 것인데요. 이에 대해서 적절한 묘사 없이 전개가 되면서 화면은 어지럽고, 전개는 불안하고, 연출은 조잡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생략은 전반부에서 절정, 결말에 이르는 영화 곳곳에 배치되면서 캐릭터는 물론이고 스토리, 전개, 연출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만드는데 일조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핵심은 후반부 한산도 대첩을 다루기 전에 그 전투의 사전 작업을 전반부에 얼마나 재미있고 그럴듯하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부에 대규모 생략이 이어지고, 후반부와 이어지지 않는 소재들이 채워지면서 앞과 뒤가 전혀 맞지 않는 영상으로 전락하게 됐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그냥 동영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요.
▲ 학익진을 깨는 방법으로 예전 본토 전투를 떠올리는 장면입니다.
▲ 이 화면은 최종적으로 와키자카의 전선들이 조선군 학익진에 달라붙는 장면입니다.
위에 두 사진만 봐도 딱 알 수 있죠? 5분 전에 화면도 반영이 안 되는 영화인 것입니다.
▲ 이순신의 전략, 전술, 거북선의 활약까지 다 포함해서 파훼법을 알고 있다고 그려진 와키자카는 50보 앞까지 들어갈때까지 한 발의 포도 발포하지 않은 조선 수군의 학익진으로 각개 산개하여 기동하라고 명령합니다.
이 말은 전반부 전체, 후반부의 절반을 차지한 모든 화면들을 의미없게 만든거죠. 왜? 조란탄과 포탄을 같이 장전한 조선 수군의 화포 한 방에 전 함대가 쓸려서 패배해야만 그림이 예쁘게 그려지니까 그냥 냅다 들이 받은겁니다.
* 근데 사실 그것도 말이 안되지요. 판옥선의 선체는 왜선보다 높습니다. 화포도 더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지요. 그래서 원거리 포격전에서 유리한 것입니다. 높은 위치에서 쏜 포는 더 멀리 나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50보 이내에서 화력이 제대로 발생하는 조란탄의 경우 발사 각도가 위로 향하기 때문에 사실 배에 올라타는 적이 아니라면 맞을 확률도 적습니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그냥 개판입니다.
또한, 이순신이 전투 결과를 장계로 올린 견내량파왜병장에 따르면 이 전투로 인해서 사망 및 부상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 말은 원거리에서 포격전을 감행하여 큰 피해 없이 73척의 왜선을 격퇴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50보 앞에서 선체를 측면으로 돌려 사거리가 짧은 조란탄과 포탄을 발사해서 적을 섬멸했다는 것은 그 뒤에 대규모 백병전이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말이 안 되는거죠.
영화 한산 용의출현 후기 혹평 이유
1. 아마추어 각본과 연출
캐릭터를 누르고 스토리 전개를 통한 연출력으로 극의 재미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좋았으나 스토리와 연출력이 그 기본 구조를 구현할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영화 관련 학과 1학년 신입생이 의욕이 넘쳐서 만든 작품이라고 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네요.
덕분에 캐릭터는 전혀 안 보이고, 스토리 전개는 엉성하다 못해서 기본 뼈대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연출과 편집으로도 커버가 안 되서 화면 연결이 부자연스럽고 보기 불편했습니다.
이 작품의 전체를 100으로 봤을때 절반은 불필요한 장면이었다고 봅니다.
2. 고민하기 싫었던게 티가 난다.
첫 화면의 편지 내용, 용인 전투의 승리, 와키자카의 장수로서의 위치 등을 생각했을때 공명심과 자만심(용인 전투에서 1500명으로 5만명을 몰살시킨 전공)으로 조선 수군을 가볍게 보고 덤볐다가 견내량 해전에서 크게 패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전반부와 후반부를 그리는데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퇴고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서 캐릭터가 그나마 보였던 와키자카는 앞에서는 거북선의 약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중간에는 매복으로 전략을 돌렸다가 마지막에는 이순신의 전략, 전술을 다 알면서도 가장 완벽하게 전멸해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학익진을 향해 돌진하면서 본토의 기마대가 진의 한쪽을 뚫고 깨진 진형을 짖밟아 파훼하는걸 보여줬으면서 불과 5분뒤에 적의 코 앞에서 산개하여 적의 포 앞에 배를 갖다 대주게 되지요. 불과 5분 사이의 전개도 앞, 뒤가 맞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3. 명량보다 낫다고?
감독의 전작인 명량의 경우 전반부의 서사가 약간 늘어지고 후반부 국뽕과 신파가 문제되어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하지만, 전투 전개의 개연성은 영화 한산 용의출현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족
영화 한산 용의출현 후기에서 아쉬운 점은 이 나라 역사에 다시 없을 가장 완벽한 포위섬멸전을 너무 성의없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번의 전장이 생기기까지 수 많은 고민과 보이지 않는 전투가 동반되는데 그 부분을 아예 표현하지 못했다. 절정에서 결말로 치닫는 가장 결정적인 장면에서 기본적인 개연성 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한산도 대첩이 얼마나 좋은 소재인데 이렇게까지 말아먹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작품이 관람객 평점도 아니고 평론가 평점이 7점이라는건 진짜 이해가 안 되네요.
댓글